'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보고 왔습니다
재미없다고 한 거 누급니까?
그 정신없는 원작을 이렇게 만들다니 정말 멋졌어요. 머리 속에서 원본대조하며 히죽거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덧붙입니다.
요근래 여기저기 왔다갔다 사람 만나면서 쌓인 피로가 몰려왔는지 버스에서 내쳐 잤습니다. 그래서 버스에서는 영화에 대한 생각을 별로 못 했고, 밥 먹으면서 대충 생각한 걸 적어둡니다.

접어둡니다. 이후는 보실 분만 보세요.

1. 은하 대통령씨는 노홍철 닮았습니다.
하는 짓도, 얼굴도 상당히 비슷해서, 둘이 같이 서서 사진 찍으면 정말로 재미있겠다는 생각 했어요. 그 사람의 의상 담당 누군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적절한 옷을 입히더군요. '자뻑 환자'라고 자막에 나오던데 다른 영화였으면 그런 식의 번역을 안 좋아했겠지만, 이번엔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역시 거기 대통령도 '바보 순으로' 뽑는 걸까요. 그리고보니 일 안하고 도망다니는 대통령이 F모 만화에도 있던 것 같은데. 장식용 머리라면 상관없겠지만.

2. 마빈은 정말 귀여웠습니다!
좀 더 작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크더군요. 사람보다 조금 작으려나.
역시나 땅파고 땅파고 땅을 파서 우주를 뚫어버릴 기세더군요. 우주 저 끝에 있는 레스토랑 이후의 마빈도 마음에 들긴 하지만.
"당신 둘을 데려오래요. 싫음 말구."도 너무 귀여웠고. 아아, 깜찍했어요. 마빈 키홀더는 어디 없으려나.

3. 역시나 42!
'깊은 생각'도 귀엽게 나와서 좋았어요. 하이테크놀로지의 산물처럼 보이지 않는 저 둔중한 머리와 머엉한 눈, 왜소한 몸. 80년대 계열의 SF틱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꿰뚫고 있어서 그런지 '깊은 생각'은 좀 튀어보이더군요.
"아, TV 보느라 계산 안 했는데?"도 히트.

4. 미중년이 나왔어요. (까앗!)
노년의 우상은 산타클로스라고 하면 다들 비웃겠지만, 커널 샌더스나 산타클로스처럼 인자해보이는 할아버지가 노년의 이상형입니다. 그리고 미중년은 '관록이 풍기는' 사람. [행성 공장으로 아서를 데려가는 그 아저씨]가 엄청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사람이 많이 나와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우, 단발 머리도 너무 예쁘고요, 치렁치렁 코트도 마음에 들고. 대사도 멋지고. 좋았어요. 아무튼.
by 네메시스 | 2005/08/30 13:30 | 놀러다닌 흔적 | 트랙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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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ragments of.. at 2005/08/31 01:04

제목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필름포럼 1관 출입구 옆에서 - 귀여운 마빈. 원작을 접한 이후로, 오랬동안 기다려왔던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HHGG,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를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오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단관개봉'이란 소식에 실망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나마 볼 수 있는 것 만도 감사해야하겠지요. 뭐, 이런 원작각색과 관련한 불만이야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을테니 이쯤에서 그만 멈춰야겠지요. 불만점과는 관계 없이 영화 자체는 흡족했으니까요. 큰 흥행......more

Tracked from 푸르미 세상 at 2005/09/17 11:34

제목 : <은하수... 히치하이커>당신을 은하계 여행객으로 ..
파자마 바람에 한가로이 집을 지키고 있는 아서 텐트. 갑자기 도로건설에 방해가 된다며 불도저로 집을 부수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막아보자는 소산으로 불도저 앞에 누웠더니 옆집에 사는 친구 포드가 왠 뜬금없는 말을 한다. 외계에서 왔다는 그는 정확히 10분 뒤에 지구가 폭발할 거라고 말한다. 왠 황당 시츄에이션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정확히 10분이 지나자 외계 친구의 말은 사실이 된다. “은하계 고속도로 건설에 너희 행성이 방해되니 철거에 들어가겠다”며 하늘을 뒤덮은 외계인의 최후통첩은 짧고 간결하다. 지구 폭발 직전 가까스......more

Commented by 달크로즈 at 2005/08/31 01:01
저도 슬라티바트패스트(Slartibartfast)를 매우 좋아하는데.. 영화 자체가 에피소드 1만을 다루고 있어서 그 친절하고 귀여운(??) 성격이 확 드러나진 않았지만 외모는 상상했던 것보다 멋졌습니다. ^^;

자포드가 노홍철을 닮았다는 것에도 동감합니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특히 잘려나간 두번째 머리쪽이.. :)
Commented by 네메시스 at 2005/08/31 09:42
그 긴 스토리를 다 넣으려면 시나리오 자체가 성립하기 힘드니 1편만 가지고 요리하는 쪽을 택한 것 같더군요. 슬라티바트패스트씨는 멋졌어요. 지금 가물가물해서 전체적인 스토리 외엔 죄다 까먹어버려서 원작에선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두 번째 머리 쪽이 참으로 많이 닮았죠. (특히 하와이안 댄스는 보고 너무 웃었어요)
Commented by 푸르미 at 2005/09/17 11:35
원작 못봐서 잘 모르지만 그래도 참 독특한 영화임에는 확실합니다.
Commented by 네메시스 at 2005/09/17 13:58
원작이 더 재미있어요. 제가 원작을 처음 접한 게 오래전이라 그런지 그 때는 상당히 신선했죠. 지금 보면 다른 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때 기억만으로도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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